뇌과학으로 본 바다 vs 산 여행

사람마다 “힐링”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풍경은 제각각이에요. 누군가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멍 때리는 걸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조용한 산속을 걸으며 숨을 고르는 걸 선호하죠.

저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요. 답답할 땐 바다를 찾고, 생각이 많을 땐 산으로 향하곤 해요.

그런데 이런 취향 차이에도 뇌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바다, 감정의 숨구멍이 되어주는 공간

바다에 가면 괜히 말이 줄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실제로 우리 뇌는 ‘넓고 움직이는 풍경’을 마주할 때 편도체가 진정되고,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감정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해요.

특히 바다의 파도 소리, 햇빛 반사, 끝이 없는 수평선은 뇌의 기억·감정·시각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서 “마치 유아기처럼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물의 움직임이 뇌의 알파파를 유도해서 명상 상태처럼 깊은 이완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저도 가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할 땐 무작정 동해안으로 떠나요. 말 없이 앉아 있는 그 시간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하면서도 어쩐지 머릿속이 정리돼 있더라고요.

바다는 뇌에게 '그만 좀 생각하자'고 말해주는 장소 같아요.

반면, 산은 조금 다릅니다. 바다가 수평적인 위로라면, 산은 수직적인 '정리'에 가까워요.

숲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다 보면,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서 뇌의 기억 회로와 운동 피질, 시냅스 연결이 활발히 작동한다고 해요.

특히 산속의 초록빛과 나무 냄새는 피톤치드를 통해 뇌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고, 실제 실험에서도 산을 걷고 온 사람들의 도파민 수치가 일정하게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해요.

제가 산에 갔을 때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아, 이거였지” 싶은 깨달음이 툭 하고 떠올랐을 때예요. 아마도 걷는 동안 뇌가 ‘정리’를 끝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든 거겠죠.

산은 뇌에게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주는 공간 같아요.

결국, 바다와 산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우리 뇌를 도와줍니다.

뇌과학적으로는 두 공간 모두 좋은 자극을 주지만, 지금 당신의 뇌 상태에 따라 더 필요한 곳은 다를 수 있어요.

피로와 감정이 쌓였다면 바다로, 생각이 많고 복잡하다면 산으로 떠나보세요.

여행은 멀리 가는 게 아니라, 뇌에게 필요한 자극을 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