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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과 심리학

왜 우리는 여행 중에 평소보다 더 많이 걷게 될까 – 심리학적 이유

by 게으른 여행자 202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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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스마트폰 만보기 숫자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져 있는 걸 자주 경험합니다. 왜 우리는 여행 중엔 유독 많이 걷고, 그 걷는 일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질까요? 이 글에서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여행 중 걷기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고,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과 동기, 그리고 무의식적 행동 패턴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1. 새로운 장소는 ‘호기심 기반 탐색’을 자극한다

여행을 하면 우리가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뇌는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려는 본능에 반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걷고, 더 멀리 가고 싶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호기심 기반 탐색 행동(Curiosity-driven exploration)이라고 합니다.

특히 관광지에서 ‘저 골목 너머엔 뭐가 있을까?’, ‘저 언덕 위 풍경은 어떨까?’ 하는 마음은 걷기의 피로를 넘어서게 만들죠. 이처럼 걷기 자체가 보상 기대 행동으로 바뀌는 순간, 걷는 것이 ‘노력’이 아닌 ‘즐거움’으로 전환됩니다.

또한 낯선 공간에 대한 정보 부족은 정보 수집 욕구를 자극합니다. 스마트폰 지도를 통해 미리 알 수 있음에도, 우리는 직접 발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건 단순한 목적지 도달이 아니라, 탐험적 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무의식적 욕구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계획된 일정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걷게 되는 것이죠.

 

 

walking travel

2. 시간 제약이 ‘지금 아니면 못 본다’는 압박을 만든다

여행은 대부분 짧은 일정 안에 가능한 많은 장소를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생기는 심리는 바로 시간 희소성 인식입니다. 즉,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 올 수도 있어”라는 마음이 생기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걷는 동기로 작용합니다.

이런 심리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한정 조건(Scarcity framing)과 유사합니다. 시간과 기회의 희소함이 행동을 더 빠르고 많이 유도하게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평소엔 10분만 걸어도 피곤하던 사람이 여행 중에는 1시간 이상 걷고도 더 많은 곳을 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단체 여행이나 패키지 일정의 경우, 각 스팟의 체류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장면을 보고자 하는 압박이 걷기 행동을 증가시킵니다. 자유여행 역시 ‘나중에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걷기 의지를 자극합니다. 시간의 유한성은 사람의 행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만듭니다.

3. 걸을수록 뇌가 보상하고, 더 걷고 싶어진다

걷기 자체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도 중요한 심리학적 배경입니다. 걷기를 통해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 같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뇌는 이 활동을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 중 걷는 행위는 점점 ‘보상 활동’이 됩니다.

특히 자연 풍경, 역사 유적지, 로컬 거리처럼 시각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의 걷기는 감각 만족도를 높이며, 이는 다시 더 걷고 싶게 만드는 심리로 이어집니다. 즉, 걷기 → 즐거움 → 다시 걷기라는 긍정 강화 루프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더불어 여행 중에는 평소와 다르게 휴대폰보다 주변 환경에 집중하게 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걷기 활동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감정적 몰입으로 전환되죠. 이런 감정은 걷기의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하고, 심지어 더 걸을수록 회복감을 느끼는 심리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행 중에 더 많이 걷는 것은 단순히 목적지를 찾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심리적 만족과 뇌 보상, 시간의 압박, 호기심 충족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걷기는 여행의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핵심 경험이 됩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얼마나 걸었는지”가 아니라, “어디를 걸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기억해 보세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