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태초의 생명, 말 없는 시작
태초에는 말씀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우주가 단순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처음부터 우주는 매우 복잡했기 때문이다. 생명은 언어나 사고, 감정, 이성, 의식 없이도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체들은 주변 환경과 다른 생명체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2. 감각의 본질과 역할
감각이란 무엇일까? 감각은 다른 생명체의 존재나 표면에 있는 분자, 혹은 그들이 분비한 물질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감각은 지각과는 다르다. 감각은 마음속에 이미지를 그려내거나 대상을 표상하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감각은 인지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3. 지능적 반응의 기원
더 놀라운 사실은, 생명체들이 이러한 감각을 바탕으로 지능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지능적인 반응이란, 생명체가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자극이 생명체에 위험을 초래할 때, 그 자극을 피하거나 해결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반응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명시적 지식, 즉 표상이나 이미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한 비명시적이고 본능적인 능력에 의존했다.
4. 항상성과 생명의 유지
이 비명시적 지능은 항상성 유지라는 원칙에 따라 생명을 지속시켰다. 항상성이란 생명체가 생존에 필요한 조건들, 예를 들어 영양분, 온도, 산도 등을 적절한 범위로 유지하도록 하는 규칙들의 집합이다. 이 규칙들은 설명이나 이미지 없이도 엄격하게 작동하며, 생명체가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태초에는 언어나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생명 유지의 원칙 역시 본능적인 매뉴얼에 의해 작동했다.
5. 생명의 목적과 진화
생명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각 유기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생명은 오직 하나의 분명한 목적, 즉 노화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자신을 유지하는 데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항상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이 원칙은 단세포 생물이 등장한 이래로 생명을 가능하게 한 조절 과정들의 집합이었다.
약 35억 년이 지나 다세포 생물과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하면서, 항상성은 신경계라는 새로운 조절 시스템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신경계는 행동을 조절하고, 신경세포의 활성 패턴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가능하게 했다. 이후 뇌 속에 ‘지도’와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마음이 탄생했다. 신경계는 감정과 의식을 가진 마음의 기반이 되었다. 수억 년에 걸쳐 항상성은 점차 마음의 통제를 받게 되었고, 기억과 창의적 추론이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생명의 목적은 단순한 생존에서, 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그 경험에서 얻는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6. 감각에서 인지로, 그리고 의식으로
오늘날에도 생존과 항상성의 원칙은 박테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에 적용된다. 다만, 각 생명체가 활용하는 지능의 종류는 다르다. 단순한 생명체는 비명시적이고 무의식적인 지능만을 사용하지만, 인간은 명시적 지능과 비명시적 지능을 모두 활용한다.
각 종이 사용하는 전략을 연구하다 보면, 감각이 가장 기본적인 단계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감각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그다음 단계는 마음의 작용, 즉 신경계와 표상,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심상이다. 이러한 과정은 감정과 의식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단계별로 구분하지 않으면,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7. 곤혹스러운 존재, 바이러스
생명과 지능의 경계를 논할 때, 바이러스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고, 에너지 대사나 번식도 독립적으로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숙주에 침투하면 마치 생명체처럼 복제하고 퍼져나간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생명과 무생명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며, 인간에게는 여전히 두려움과 궁금증의 대상이다. 박테리아와 달리,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숙주의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러한 특성은 바이러스가 단순한 분자 집합체를 넘어, 생명 현상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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